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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진 개인전
The Sound of Soul - Shin Hye Jin
OCT 20, 2015 - OCT 31, 2015

기도의 메타포

다양한 창작분야 중에서도 직접 재료를 다루며 사물을 만들어내는 공예는 완성된 결과물만큼 제작과정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긴 시간을 통해 재료와 씨름하며 수없이 반복되는 손과 몸의 노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에 이르는 작업상의 특징 때문이다.
개념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주류 미술과 달리, 공예는 여전히 작업과정에 임하는 제작자의 태도가 오롯이 작품에 반영되면서 그것의 성격과 깊이를 결정하게 된다. 작가들에 따라서는 반복적인 행위와 몰입, 재료와의 교감,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제작 과정 속에 자신을 온전히 투입하면서 이를 자기 수련 혹은 정화의 과정으로 삼기도 한다.

종이를 이용해 장신구를 제작하는 신혜진은 작업 행위를 기도와 동일시한다. 작은 단위 요소들을 끊임없이 이어붙이거나 쌓아올리는 행위를 반복적이며 몰아적인 기도 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착안한 점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독창적이다. 이 작품들의 제작 행위가 기도라면 내용은 시간이다. 이들은 오래된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고서의 종이를 분해하여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이들을 다시 이어붙이거나 말아올리며 입체의 공간구조물로 만든다. 고서가 함축한 과거의 시간은 분해되고 변용되며, 조각난 시간은 수없이 반복되는 붙이기 행위를 통해 새로운 몸속에 겹겹이 응집된다. 가장 유약하고 유동적이며 물질감이 없는 종이가 겹치고 쌓이면서 부피와 무게, 물성을 지닌 견고한 나무 조각처럼 변환되는 것은 시각적이며 또한 상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말해, 나무로부터 태생한 종이가 책이 되어 인문의 세계에서 쓰여지고, 수명을 다한 파편이 다시 태초의 나무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과 생태의 근원인 순환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무한 반복의 타원형 역시 이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작에서는 고서 속의 텍스트의 흔적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회화적 이미지를 혼합하고 있다. 의미를 상실한 텍스트가 회화적 패턴으로, 장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장신구의 형식으로 제작된 신혜진의 소품들은 시간의 편린들이며 기도의 은유이다. 사람의 몸 위에서 손 안에서 감상되면서 작가가 작업과정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성찰과 기원의 의미를 이웃에게 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전용일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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